ㆍ룸번호도 자리도 ‘8’ 가장 인기
ㆍ간식 일본인은 ‘신라면’ 중국인은 ‘자장면’ 즐겨

ㆍ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만국 공통어 “오! 아버지”

서울 삼성동 외국인 전용카지노 ‘세븐럭’ VIP룸.

화투를 치면 인간성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게임을 하며 돈을 따거나 잃는 순간순간마다 속내를 드러낸다는 소리다.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지구촌 어느 나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걸린 돈이 크면 클수록 ‘인간성’을 쉽게 내보이기 마련이다.

서울 삼성동에 자리한 ‘세븐럭’. 업계 매출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외국인전용 카지노다. 지난해 88만여명이 찾아와 수십조원의 베팅을 했다. 매출만 3700억원. 그중에서도 ‘큰손’들이 찾는 VIP룸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게임=국민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딜러와 해외마케터들의 얘기를 통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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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마케터와 딜러들이 접한 일본·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별 VIP 고객의 특징은 다양하다.

일본인은 대부분 조용하고 차분하게 게임을 즐긴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국민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에 비해 중국인은 좀 시끄럽고 소란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로 요란하지는 않다. 특히 VIP룸에서는 ‘매우 순수하다’는 것이 딜러들의 얘기다.

‘상당히 과학적’이라는 카지노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미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동양인은 더욱 그렇다. 특히 일본인의 경우 ‘엔기모노’라고 해서 운을 중요시 한다. 예컨대 바카라 게임을 즐기는 고객의 경우 룸번호의 합이 ‘8’ 또는 ‘9’가 되는 방(1845호, 1+8+4+5=18, 1+8=9)을 찾는다. 세븐럭 강남점의 경우 ‘봉은사’ 절이 보이는 방을 요구하기도 하고, 재방문할 때는 이전에 돈을 잃었던 호텔방은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인들도 미신에 민감하다. ‘8’이라는 숫자를 가장 좋아하는 민족답게 카지노에서도 숫자 ‘8’을 좋아한다. 게임 테이블에서 ‘8’번 자리를 요구하기도 하고, 카드를 오픈할 때마다 테이블에 숫자 ‘8’이 쓰인 부분에 문지르는 사람도 있다.

장시간에 걸쳐 게임을 즐기는 탓에 중간중간 요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도 제각각이다. 면류와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단골 메뉴는 ‘신라면’. 이외에 뚝배기 불고기비빔밥, 된장찌개, 카레 등을 선호한다. 반면 중국인은 자장면과 볶음밥 등을 즐겨 찾는다.

룸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VIP룸은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기 마련. 한번의 베팅에 일반 직장인 연봉만큼 큰돈이 오가기 때문이다. 고객은 물론 딜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한 일본인이 폭풍전야와도 같은 적막을 깨고 방귀를 뀌어 카지노 직원과 고객이 웃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한 미국인은 너무 긴장한 딜러가 안쓰럽고 예뻐 보였는지 세븐럭 전직원을 대상으로 회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중에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정기적으로 세븐럭을 방문하던 중화권의 한 VIP 고객은 어느 날부터 오지 않다가 최근에 머리카락이 다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말기 암 판정을 받아 그동안 방문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왔다는 게 그의 얘기다.

한편 VIP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버지’다. 다급한 순간이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아버지’는 세계인들의 공통 언어인 셈이다.